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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의 파이터, 박재훈 변호사 [덴 매거진 인터뷰]
법정에서는 냉철한 논리로, 링 위에서는 뜨거운 주먹으로 승부하는 불굴의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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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2-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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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기사보기: 두 세계의 파이터, 박재훈 변호사 [인터뷰] < People < 기사본문 - 덴 매거진
한 가지 일만 해내기도 벅찬 세상에서, 두 개의 삶을 사는 이가 있다. 낮에는 법정에 서고, 밤에는 링 위에 오르는 박재훈 변호사의 이야기다. 변호사와 프로 복서는 겉보기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에게는 두 세계가 다르지 않다. 법정이든 링이든, 결국 모두 승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두 영역을 넘나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남자라면 누구나 원초적인 강함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나. 자신의 몸을 무기 삼아 오랜 시간 갈고닦고, 한계에 도전하며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 격투 스포츠는 바로 그런 열망을 자극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스무 살 무렵부터 복싱을 비롯해 주짓수와 종합격투기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업 복서를 목표로 운동에 몰두했다. 운동을 오래 하다 보면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잘해도 그 끝은 한국 챔피언일 것 같았다. 그런데 ‘한국 챔피언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일까’ 싶더라. 그건 내가 꿈꾸는 미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 도서관을 자주 찾았는데,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변호사가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고, 공부에 매진한 끝에 로스쿨에 입학했다.
문(文)과 무(武)를 오가는 것이 어렵진 않나?
오히려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다고 느낀다. 복싱을 통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크게 성장했다. 힘들고 지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길렀으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를 몸으로 깨달았다. 링 위에서 배운 삶의 태도는 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맡은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어 해결하는 집요함의 원동력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불굴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 셈이다
그렇다. 변호사와 복서는 겉으로 보기엔 전혀 다른 영역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닮았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둘 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승부의 세계라는 점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이기면 기쁨이 따르지만, 지면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더욱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한다. 변호사로서는 재판에서 승소하기 위해, 복서로서는 시합에서 승리하기 위해.
"복싱을 하며 몸에 밴 끈기와
집요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변호사라는
새로운 목표에도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스스로를 단련하며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는 내 삶을 관통하는 태도다."
운동은 주로 언제 하나?
낮 시간은 대부분 변호사 업무에 할애하다 보니 꾸준히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재작년에 로펌을 개업해 대표가 된 이후 신경 써야 할 일이 크게 늘면서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그래도 출퇴근 전후 틈틈이 시간을 내려 노력한다. 일주일 중 닷새는 저녁에, 사흘은 오전에도 운동하는 루틴을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평일 하루와 주말 하루는 아예 운동을 쉬며 체력 회복에 집중한다.
한차례 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
보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좋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번에 4시간 이상 운동하면 체력적인 부담이 커진다.
기술 레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준비한 기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량을 조절하며 체력을 기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플레이하는 스타일이 궁금하다
선천적으로 힘이 강한 타입은 아니다. 그래서 힘보다는 머리로 싸우는 두뇌 플레이를 지향한다. 특히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Floyd Mayweather Jr.)라는 미국 복서의 경기를 보며 그 방식을 따라 하려고 했다. 메이웨더는 상대의 공격을 거의 허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타격을 적중시키는 데 최적화된 경기 운영을 보여 준다. 이 때문에 복싱을 잘 모르는 사람은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밀하게 설계된 영리한 두뇌 플레이가 느껴진다. 실제로 그는 50전 50승 무패 전적으로 커리어를 마무리했으며, 체급과 상관없이 순수 기량만으로 평가하는 P4P(Pound for Pound) 랭킹에서 여러 차례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주무기는 무엇인가?
왼손을 직선으로 뻗어 상대를 맞히는 레프트 잽이다. 잽으로 먼저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경기 운영을 세팅한다. 또 잽에서 출발해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을 구사하거나, 잽을 미끼로 던져 상대의 공격을 유도한 뒤 카운터로 KO 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잽은 복싱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기본 기술로, 위력이 크지는 않지만 빠르고 간결하다. “복싱은 잽으로 시작해 잽으로 끝난다”, “레프트 잽이 세계를 제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승부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프로 복서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무엇이었나?
로스쿨 첫 학기가 시작되기 전 2월에 치른 프로 데뷔전이다. 당시 아마추어 경기는 열 번 넘게 경험했지만, 프로 경기는 처음이었기에 긴장감이 상당했다. 데뷔전인 만큼 ‘패배만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다는 최대한 안전하게 포인트를 쌓는 데 집중했다.
전략대로 경기를 운영했고, 판정 직전까지 내가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무승부였다. 프로 경기는 3명의 심판이 판정에 참여하며, 그중 2명이 한 선수를 선택해야 승리가 인정된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는 1명의 심판만 나를 승자로 판단했고, 다른 심판은 무승부로 판정했다.
결과를 듣는 순간 후회와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안정적 운영에 치중한 탓에 경기가 다소 지루해졌고, 그것이 결국 승리를 놓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와신상담의 마음으로 독하게 훈련에 매달렸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두 달 뒤인 4월에 곧바로 다음 시합을 잡았다.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했나?
물론이다.(웃음) 상대가 키가 크고 근육량도 많아 신체 조건은 더 뛰어났지만, 치열하게 준비한 만큼 KO 승리를 거뒀다. 그날의 기분은 말 그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스스로를 ‘슈퍼 T’ 성향이라 표현할 만큼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그날만큼은 예외였다. 데뷔전 무승부로 인한 부담감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며 쌓인 피로와 고단함이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지금까지 이 승리의 감정을 알기 위해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아마추어와 프로 경기의 차이는 무엇인가?
프로 경기 전적은 모두 기록으로 남고, 그에 따라 라운드 수도 점차 늘어난다. 이 점이 아마추어를 넘어 프로가 되고자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처럼 복서로서 나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아마추어 경기와 달리 프로 경기에서는 헤드기어를 착용하지 않는다. 또 프로 경기에서 사용하는 글러브는 아마추어 경기용보다 온스(oz)가 낮아, 패딩이 얇고 무게도 가볍다. 이 말은 곧 프로 경기에서는 충격이 훨씬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맞아서 기절할 위험도 더욱 커진다는 뜻이다.
부상 위험이 두렵진 않나?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부상의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가족도 걱정하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아야 운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실력을 향상할 수 있기에 평소에는 부상 없이 운동하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프로 경기에서만큼은 승리를 위해 어느 정도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두려움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 링 위에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프로 복서로 15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복싱을 오랜 시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무엇보다 경기에서 이겼을 때 느끼는 희열이 크다. 동시에 성장에 대한 갈증도 늘 함께했다. 실력이 늘었다고 그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더 강한 상대를 찾아 싸우며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 이런 태도는 복싱뿐 아니라 내 삶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앞으로 복싱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어릴 때 목표는 한국 챔피언이었다. 지금도 ‘패기 있게 한국 챔피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웃음) 프로 선수로서 전성기라 불리는 나이대는 이미 지났고, 점점 체력적인 한계를 실감한다. 게다가 작년에 결혼하고 올해 아이도 태어나면서 책임져야 할 역할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시합에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시합에 나가는 것이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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